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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진화된 안철수가 10년만에 다시 정치판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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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64회 작성일 2021-03-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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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5번 실패했던 安
이번엔 타결 실마리 풀고
吳 도와서 훗날 도모 다짐
윤석열과 野 만날 대선도
안철수 역할 주목받을 것
연출, 조연, 주연 무엇이 될지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MB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을 때를 제외하고 수도권은 늘 진보 진영이 강세였다. 작년 총선에선 수도권 121개 선거구 중 민주당이 103곳을 싹쓸이했다. 야당 몫은 그 10분의 1인 16곳이었다. 총선 1년 만에 열리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세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22, 23일 조사에서 범야권 후보 오세훈은 민주당 박영선을 49% 대 29%로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거듭된 부동산 정책 실패 끝에 LH 투기 사태가 얹혀지면서 민주당 지지 기반인 2030 유권자의 이반을 불렀다. 추미애 법무장관을 앞세운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무리수는 문 정권의 정당성에 생채기를 냈다. 그러나 수도권 표심을 흔들면서 여야 간 해볼 만한 싸움으로 흐름을 변화시킨 단초는 작년 12월 안철수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이었다. 당시 50대 초반 지인은 “문 정권을 혼내주고 싶은데 야당에는 손이 안 간다, 안철수라면 찍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주변에 생각이 비슷한 친구들이 많다”고도 했다. 초반엔 대여 경쟁력에서 안철수에게 크게 밀리던 국민의힘 후보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간격을 좁혔다. 안철수가 견인하는 중도 표심이 보수와 합쳐지며 정권 심판 연대 구도를 만들고, 중도 확장성이 있는 오세훈이 그 위에 올라타는 것으로 단일화가 마무리됐다.

중도를 표방하는 안철수는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진보 또는 보수 진영과 단일화를 시도했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 2012년 대선,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등 모두 다섯 번 단일화에 나섰다. 두 차례는 스스로 후보직을 포기했고, 세 차례는 변죽만 울리다 없었던 일이 됐다. 안철수는 늘 단일화를 말했지만, 한 번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 그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안철수가 또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주장했을 때 “보나 마나 결말이 안 좋을 것”이라며 거부감을 나타냈다.

이번엔 달랐다. 단일화 협상이 늘어지며 국민들이 실망하고 짜증 날 무렵 타결의 실마리를 먼저 풀었다.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패배를 확인한 23일 “오 후보를 돕겠다”면서 “반드시 승리해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 달라”고 했다. 24일엔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그 당 의총에 참석했다. “안철수가 달리 보인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 정치판에서 낯선 장면이기도 하다.

안철수는 지난 대선에서 실망스러운 3등에 이어, 총선서 3석 미니 정당 대표로 입지가 쪼그라들었다. 이번 단일화 승부에서 또 패배한 것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안철수는 “서울시장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만, 저의 꿈과 각오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도왔다가 실망한 사람들에겐 “오세훈을 도와야 한다. 그래야 오늘의 쓴맛이 기쁨으로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작은 패배를 어떻게 딛고 일어서느냐에 따라 정치인의 큰 승부가 갈린다. 노무현은 YS의 3당 합당을 거부한 후 부산의 총선, 지방선거에 세 차례 출마했다 모두 패했지만 2002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오세훈은 야당이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서울 험지에서 정치 신인에게 분루를 삼켰다가 1년 만에 서울 전체 수복에 나서고 있다.

오랜만에 정치판에 모습을 드러낸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보궐선거만 아니었으면 내년 대선까지 그냥 아스팔트 길을 달릴 수 있었는데…”라고 했다. 이 선거 승패에 따라 대선 가도가 “자갈밭이냐, 포장길이냐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야당 입장에서 뒤집어 보면 서울 선거를 이기면 대선 승부가 해볼 만한 싸움이 되고, 지면 끝장이라는 얘기다. 야권이 서울시장 선거 고지를 넘어 대선(大選) 정상을 향하는 길목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기다리고 있다. 그가 정치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야당과의 관계 설정이 또 한 번의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다. 이번 단일화를 촉발하고 성사시킨 안철수가 또 한 번 주목받게 되는 국면이다.

안철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2011년 가을 태풍을 몰고 정치권에 등장했다. 노무현 정권의 몰락 이후 보수 초강세 국면이었던 대한민국 정치판은 그의 출현으로 크게 출렁거렸다. 그로부터 10년 후, 안철수는 문 정권 폭정에 등을 돌린 중도층을 이끌고 또 한번 현상 타파에 나서고 있다. 거칠고 어설펐던 매너가 정교하게 진화되면서 10년전만 못한 파괴력을 벌충하고 있다. 문 정권 심판을 외치는 그의 최종 역할이 연출, 조연, 주연 어느 것으로 귀결될지는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

원문보기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03/25/LIUTHIR5E5HYTIDQ4P5FWJGQIY/?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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