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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황상진 한국일보 논설실장] 윤석열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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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20회 작성일 2021-03-0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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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으로 언급되는 ‘완전 ~하다’는 표현은 올바른 사용법이 아니다. ‘완전’은 일부 명사 앞에 놓여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다’는 뜻으로 쓰이는 명사다. ‘완전 개방’ ‘완전 복구’ 등이 정확한 용례다. 흔히 말하는 “완전 맛있다” “완전 멋져” 같은 표현처럼 동사ᆞ형용사인 용언을 꾸미려면 부사 형태가 돼야 한다. 하지만 이때도 “정말 맛있다” “너무 멋져”가 어울리지 “완전히 맛있다” “완전히 멋져”는 의미상 적절치 않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대구고ᆞ지검 방문 자리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더함도 모자람도 없이 정확한 표현과 문장으로 공소장에 죄가 되는 내용을 작성토록 교육받고, 임관 후 수없이 많은 공소장을 작성했을 그가 정치인처럼 비문(非文) 신조어로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추진에 맹공을 퍼부은 것이다. 검찰 분해에 직면해 사퇴까지 염두에 둔 윤 총장의 마지막 결기가 느껴진 순간이다.

□ ’완전’은 빈틈이나 흠결이 없는 상태다. 윤 총장 주장대로면 ‘중수청 설치=부정부패 만연’ 공식이 성립해야 ‘완전’의 의미와 통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고 단언하는 건 섣부르다. 검사가 기소와 공소유지만 맡고 중수청과 국가수사본부 수사에 관여하지 못하면 법원에서 유죄를 받아내기가 정말 어려워질까. 관건은 공소유지를 책임진 ‘공소관’과 수사기관 간 긴밀한 협력 관계의 제도화에 있지 않을까.

□ 윤 총장이 4일 총장직에서 사퇴했다. '중수청 정국'이 그의 사퇴로 새로운 격랑 국면을 맞게 됐다. 애초 윤 총장이나 검찰과 악연이 깊은 민주당 내 반(反)검찰ᆞ윤석열 의원들이 앞장서서 서두른 게 화근이다. 검찰개혁을 위한 제도 혁신 차원에서 차분히 접근해도 될 일이었다. '검수완박'을 '부패완판'으로 직격하며 사퇴의 길을 택한 윤 총장의 행보는 이제 '완전 검사'가 '완전 정치인'으로 변신해 가는 과정처럼 보인다. "앞으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보호에 온 힘을 다하겠다"는 마지막 발언은 그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 아닐까.

원문보기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30414530003418?di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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