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칼럼-김명수 매일경제 논설실장] 누구를 심판할 것인가…국민의 시간이 왔다
페이지 정보
댓글 0건 조회 277회 작성일 2024-04-04 09:44본문
‘울산선거 개입’ 혐의자들과
대장동 변호사들 ‘공천대박’
22대 국회도 방탄국회 될판
巨野 폭주에 체제 위협도 가능
현명한 한표 어느 때 보다 중요
이번 총선에서 최대 수수께끼는 조국혁신당의 인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은 20%대. 흥미로운 건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의 합산 지지율이 조사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최고 45%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 수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는 2022년 5월 당시 문 전대통령 지지율과 일치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흩어졌다가 조국 전 법무장관의 등장으로 다시 뭉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연합 지지율 20%대는 문 전대통령 지지자들에서 분화된 이른바 ‘개혁의딸(개딸)’로 추정된다. 문 전대통령을 지지했던 45%에서 ‘개딸’을 뺀 나머지가 조국혁신당으로 모이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왜 결집하는 것인가. 가족수사를 받은 조국에 대한 동정심일까. 그것보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 보호에 나선 것으로 본다. 연결 고리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문 전대통령의 친구인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경쟁자인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에 청와대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울산지방검찰청 캐비넷에 1년 넘게 뭉개졌던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해 수사를 지시한 인물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한다.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당시 울산경찰청장)에게 각각 징역 3년형을 내린다. 급기야 검찰은 1심 판결을 검토한 후 지난 1월 이 사건에 대해 재수사에 착수한다.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수사대상에 올린 것.
재수사의 칼날은 조국 대표 가족의 입시비리 사건과 달리 청와대 최고 권력까지 겨눌 수 있는 사안이다. 결국 창당은 문 전대통령 상대로 수사나 처벌이 가해지는 걸 막아보자는 조치다. 당대표는 조국, 당 원내대표가 황운하라는 점만 봐도 그렇다. 국회 입성 뒤 당을 방탄 전위부대로 활용하자는 구상이다. 요즘 문 전대통령이 지지후보 지원유세에 나서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짐작할 수 있다.
방탄에 실패한다면 조 전 수석은 징역 2년형 이후 다시 처벌을 받을수 있고, 임 전실장도 처벌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사안이다. 수사결과 청와대가 민주주의 꽃인 선거에 개입해 표심을 왜곡시켰다면 정권 정당성에 타격을 입는다. 청와대가 ‘불법 선거공작의 본부’였다는 오명도 써야 한다. 그래서 조국혁신당이 출범한 것이고, 이 곳에 과거 문재인 지지자들이 결집하고 있는 것이다.
21대 국회는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 사건에 대한 방탄 국회였다. 22대 국회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함께 여전히 진행중인 대장동 사건에 대한 방탄 국회가 겹칠 가능성이 크다.실제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측 변호인단 7명중 5명이나 민주당 텃밭에서 공천을 받았다. 이들은 국회에 진출하면 총선후 대장동 재판에서 이대표 호위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재 민주당과 조국신당은 합당을 부인하고 있지만 총선 후 합당이 거론되는 것도 ‘방탄’이란 공통분모 덕분이다.
방탄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여당과 정부를 향한 공격에 나설 태세다. 조국 대표는 총선후 한동훈 특검법 발의를 예고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면 구속될 판이지만 그 전에 한풀이를 하려는 심산이다. 부동산 불법 대출 의혹을 받는 민주당 양문석 후보도 의혹을 제기한 언론에 대해 탄압을 예고했다. 총선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더욱이 더불어민주연합은 친북 성향 인사들이 당선권에 포진해 있다. 주한미군 사격장 폐쇄 운동을 펼친 정혜경 후보와 통진당 후신인 민중당공동대표를 지낸 손솔 후보가 그런 인물들이다.
이쯤되면 22대 국회는 전쟁터를 연출할 가능성이 크다.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바뀌는 과정을 목격한 중국의 사상가 고염무. 그는 임금의 성이 바뀌고 나라이름이 변경되는 것을 정권교체로 분류한다. 이런 정권 교체는 집권세력의 교체란 점에서 문제가 크지 않다고 봤다. 그러나 정권교체 과정에서 양심이 사라지고 백성을 착취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세상이 망하는 것이라고 했다. 망천하(亡天下)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특히 정권의 흥망은 왕후장상이 해야 할 일이지만 ‘천하의 흥망은 일반 백성들이 책임져야 한다(천하흥망 필부유책(天下興亡 匹夫有責))’고 강조한다.
바로 요즘 한국정치에 맞는 조언이다. 여소야대에 따른 거야의 폭주도 문제지만, 양심이 무너지고 민생이 망가지는 ‘망천하’가 더 큰 문제다. 체제마저 흔들릴지 모른다.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지, 특정 정파나 인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 1주일, 국민의 시간이 왔다.
김명수 논설실장
원문보기 : https://www.mk.co.kr/news/politics/1098143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