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강병균 부산일보 논설실장] 암울한 계묘년, 희망찬 갑진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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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34회 작성일 2024-01-09 10:39본문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좌초 아쉬워
올해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마저 실패
지역 경제지표들 전국 시도 최저 수준
정부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 육성 약속
활로 찾아 새판 짜는 부산시 노력 필요
침체 벗어나 도약·비상하는 새해 되길
2023년 계묘년이 저문다. 돌이켜보면 ‘토끼의 해’답게 부산시와 온 시민이 여느 해보다 열심히 달렸던 해로 평가할 수 있겠다. 일자리 50만 개 창출과 61조 원의 경제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는 2030월드엑스포를 부산에 유치하려고 열정적으로 뛰었던 게다. 부산이 엑스포를 통해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면서 지방소멸에 마침표를 찍고 균형발전의 지방시대를 여는 견인차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바람과 달리 지난달 29일 받아든 것은 경쟁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119 대 29라는 큰 표차로 진 성적표다.
엑스포 유치운동 과정에서 전 세계에 부산을 알려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인 정부와 부산시의 노력은 높이 산다. 하지만 백중세라며 유치전 판세 분석에 실패해 허망한 결과를 낳은 잘못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뼈아픈 참패에 사과한 뒤 이달 6일 부산을 글로벌 허브도시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엑스포 유치에 애쓴 만큼 유치 불발에 따른 실망감이 큰 시민을 달랠 목적에서다.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은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할 남부권 거점도시를 키워 지역균형발전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이후 글로벌 허브도시 얘기가 들릴 때마다 지난해 10월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메가시티)의 좌초에 대한 서운함을 느낀다.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 이유 역시 수도권 일극화의 폐해를 극복하고 국토균형발전을 촉진하는 남부지역 초광역 경제권 형성에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을 받으며 잘 진행되던 메가시티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진 경남도지사와 울산시장,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이지 않은 부산시장 등 국민의힘 소속 세 광역단체장에 의해 무산되고 말았다. 반면 국민의힘 중앙당은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수많은 서울 유권자를 의식해 서울이 더 팽창하는 ‘메가시티 서울’을 밀어붙이고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더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부산엑스포와 부울경 메가시티. 위기에 처한 지 오래인 부산경제는 지역 발전과 장밋빛 미래를 꿈꾸게 한 굵직한 두 사안이 물 건너가면서 끝을 모른 채 추락하는 모양새다. 조금이나마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부산은 지속적으로 침체해 수도권의 대항마는커녕 지역 생산성, 취업률 등 각종 경제지표 대부분이 언제나 전국 꼴찌 수준일 정도로 암울하다.
부산상의가 1만 5515개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26일 내놓은 ‘산업 활력도 분석 결과’는 활기 잃은 지역 사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부산 기업의 경영·영업·고용 부문 활력이 2016년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인단다. 주력 산업인 제조업의 활력 수치마저 최저 상태라 여간 심각하지 않다. 부산에 대기업이 적은 데다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이뤄지지 못한 까닭일 테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집중된 수도권과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만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
부산이 경기에 민감한 자영업과 서비스 업종 비중이 매우 높은 경제구조도 오랜 저성장과 내수 부진에 휘둘리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든 원인이다. 소비 위축과 고금리·고물가에 시달리다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대출 갚으려 힘겹게 버틴다는 소상공인의 한숨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결국 비용 절감을 위해 종업원을 내보낸 1인 자영업자가 속출하는 게 부산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부산의 경제력을 나타내는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는 3161만 원으로 17개 시도 중 14위에 불과하다. 서울 5161만 원, 전국 평균 4195만 원에 한참 뒤처진다.
그렇다고 한탄하거나 체념하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엑스포 유치전에서 추구했던 ‘부산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먼저 윤 대통령이 글로벌 허브도시 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해 함께 약속한 관련 특별법이 2024년에 하루빨리 제정돼야 한다. 그리고 박형준 부산시장이 같은 맥락에서 부산을 싱가포르 같은 국제자유도시로 만들어 사람과 기업, 자금이 다 몰리도록 하겠다고 밝힌 포부를 구체화해야 한다. 정부와 부산시가 적극 머리를 맞대 세부적이고 실효적인 방안을 마련해 실천함으로써 공염불이 되지 않게 할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성장과 도약의 활로를 찾고 희망을 키우기 위해 새판을 짜는 부산시의 자구책이다. 박 시장은 그간 엑스포에 쏟은 모든 힘을 앞으론 시정 구호인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행복도시 부산’을 현실화하는 데 집중할 때다. 청년·고령층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 확보, 고부가가치 신산업 육성, 산업구조 개편, 민생 안정, 정주환경 개선 등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진한 기존 시책을 재점검하고 새로운 발전 과제를 발굴해 도시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마땅하다. 희망찬 새해 갑진년 ‘청룡의 해’엔 부산이 반드시 용처럼 비상하기를 바란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원문보기 :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312281750280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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